ABOUT COLLEAGUE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경험은 하나의 조난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한 때 영화가 시각 매체의 왕으로 군림하던 시절, 상상력이 이미지의 육신으로 구현된 스크린은 공통의 장소였다. 관객은 스크린에 자신의 삶을 영화에 의태하며 정체성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경험은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이라기보다는 방향을 상실하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조난자의 방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영화가 주는 감흥, 영화적인 것의 체험은 맥락에서 발생하는 의미에 정박할 수 없는 쾌락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중에,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흥은 공통의 장소를 초월한다.
 
특히 오늘날 영화 관람의 환경이 일의적인 위상을 결여하고, 사방으로 파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에 내재하는 방향 상실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극장의 스크린, 텔레비전,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화의 신체를 분절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한 편의 영화 관람의 타임라인을 어제, 오늘, 내일로 편집해 볼 수 있다. 영화라는 공통된 장소가 상실되면서 우리는 관객의 단일한 정체성 내부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던 분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때야말로 동료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하다. 한 명의 조난자는 또 다른 조난자를 만나야만 한다. 그는 정처 없이 걷는다. 영화적 체험을 그저 오락거리로만 향유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때때로 우리 삶을 갈라놓는다. 그런 고통 속에서/고통 때문에 우리는 동료를 만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길속에서. 길을 잃어버려 한 곳을 맴도는 이들이 우연히 조난자를 만날 때, 우리는 동료가 된다. 우리는 우연을 나침반 삼아 움직인다. 우연은 우리의 비평적 삶을 움직이는 힘이다. 우리는 우연 속에서 삶의 방향이 반전되거나 이탈하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연대는 바로 지금에서야.
 
우리는 ‘콜리그’의 꿈을 웅장하게 가지려 한다. 전문가 주의로 비평의 아마추어리즘을 옥죄려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조난자들을 머물 수 있는 임시 대피소를 설계하고 싶다. 애초에 그들이 이곳에 방문했던 목표가 변한다 한들, 그들이 ‘콜리그’에 머물었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크레딧과 경력에 한정된 야망, 시네필적 위계에서 벗어나는 이들과 동료로서의 관계를 맺을 장소. 우리는 동료들이 머물 장소를 영화라는 장르로 한정하고 싶지 않다. 한정된 범위를 벗어난 자유는 콜리그의 미덕이다. 콜리그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조난자가 꾸는 꿈이다.
 
모든 종류의 글을 쓰는 이들이 글 하나로, 작품 하나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 개인의 경험을 작품과 현상에 투사하는 분열의 과정을 계속해서 잡고 있을 수 있도록, 콜리그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임시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는 co-league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자신의 글과 작업을 다른 동료들과 나누고, 자기 자신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진정한 의미의 독립과 협력이 가능하도록.